얼마 전 예약하지 않은 한 여성이 화난 목소리로 병원 상담실을 찾았다. 지방흡입을 받았는데 당일에도 체중 변화가 없었고 한 달이 지났는데 오히려 체중이 늘었다며 화가 나서 찾아온 것이다. 얼굴이 낯이 익어 의료기록을 확인하니 복부에 3,000cc의 지방흡입술을 받은 여성이었다.

이처럼 지방흡입을 하고 나서 몸무게에 대한 변화가 없다거나 오히려 몸무게가 증가했다며 항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몸무게의 숫자에 예민한 젊은 여성들은 지방흡입술을 받으면 지방의 무게만큼 몸무게가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흡입을 진행할 때도 최대한 많이 빼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다. 지방흡입만 받으면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방흡입은 비정상적으로 축적된 피하지방층을 음압이나 초음파로 제거해 몸매를 다듬는 방법으로 지방세포의 개수를 줄이는 비만 치료법이다. 복부, 허벅지, 팔뚝 등 원하는 부위의 지방층만을 선택해 제거할 수 있어 원하는 라인을 만들기 위해 많이 찾는다.

하지만 지방흡입을 한다고 몸무게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일부 사람들은 지방흡입만으로도 10kg 이상을 감량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방은 부피보다 가벼운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순수 지방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지방 1,000cc의 무게는 약 300~400g에 불과하다. 물 1,000cc가 1kg인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차이 나는 것이다.

복부 지방흡입을 하는 경우 평균 3,000cc를 흡입하게 되는데 무게로는 1kg 내외다. 전신 지방흡입을 하더라도 한번에 제거가 가능한 지방의 양은 5,000cc 정도로 그것만으로는 체중이 5kg 이상 줄어들기도 어렵다.

살이 많지 않은 종아리나 팔뚝, 허벅지 등을 선택하면 체중에는 큰 변화가 없게 된다. 일시적으로 지방을 묽게 하는 수액을 지방 사이에 주입하기 때문에 지방흡입 이후 오히려 체중이 더 나가는 경우도 있다.

또한 지방흡입하고 나면 외부 활동이 줄어들어 체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허벅지 지방흡입을 한 이후에는 다리를 움직이기가 힘들어 복부에 지방이 축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체중은 많이 줄지 않아도 지방흡입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방은 가볍고 부피가 크기 때문에 사이즈의 변화는 확실하게 드러난다. 수술 후 붓기가 빠지고 회복되면서 환자는 스스로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지방흡입 후에도 어떻게 관리를 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지방흡입을 통해 신체 사이즈를 줄였다면 운동과 식이요법을 꾸준히 병행해 남은 지방세포의 크기를 줄여야 요요 현상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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