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코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성형이 간절했으나 부모님은 성형 자체에 대해 반대가 심하셨다.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을 때 수술을 하고자 다짐했다.

돈을 모으고 성형을 하기 위해 병원을 알아봤다. 광고를 많이 하는 병원은 거부감이 들어 배제했다. 진짜로 수술을 했던 친구와 의사인 친척에게 추천을 받고 병원을 정했다.

병원에 방문해 개인정보를 적고 CT촬영까지 마친 후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진행했다. 의사 선생님은 코수술은 실리콘수술로 해도 괜찮지만 자가진피술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자가진피는 엉덩이에 있는 진피를 채취해 콧등에 주입하는 수술방법이라고 했다. 몇 년 전 내가 필러를 맞았기 때문에 실리콘수술로 하면 부작용이나 염증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상담실장과 수술비용과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자가진피는 조금 더 복잡한 수술이라 비용이 실리콘보다 100만원 정도 더 비싸다고 했다. 생각했던 금액보다 조금 더 비쌌지만 부작용이 두려웠고 안전하게 하고 싶었다. 얼굴을 계속 만져보고 꼼꼼하게 설명해준 의사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 컸다.

조금 더 싸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물었다. 계좌이체를 하면 좀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예약금을 바로 보내고 수술 일정을 정했다.

수술 5일 전 병원에 들려 상담실장을 찾았다. 수술 당일 방문시간과 주의할 점이 있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자가진피는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린다는데 일찍 와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상담실장은 차트를 확인하더니 “고객님은 보형물 수술로 체크됐는데 무슨 말씀이세요?”라고 했다.

순간 황당했다. 실리콘으로 상담을 시작했지만 최종적으로 협의한 것은 자가진피 아니었냐고 물었다. 상담실장은 그 가격으로는 진피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했다. 여러 번 물었지만 같은 반응이었다. 자가진피술을 받기 위해서는 추가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가격은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에요. 만약 자가진피로 하시려면 50만원을 더 내셔야 해요. 이 정도도 최대한 가격을 빼드린 거예요. 이 가격 이하로는 불가능하세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얘기할수록 화가 났다. 솔직히 수술하려고 결심했는데 수술비용이 조금 더 플러스되는 건 괜찮다. 하지만 1시간 동안 상담을 했던 내용을 처음 듣는다는 듯이 얘기하는 상담실장의 뻔뻔스러운 태도가 실망스러웠다. 수술 전부터 이런데 수술 후에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질지도 의심됐다.

다음날 병원에 전화를 했다. “내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 것처럼 이야기하시니 너무 황당하다.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에 수술을 취소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상담실장은 "그럼 취소처리 해드릴게요. 환불 받으실 계좌 문자로 보내주세요." 바로 취소하겠다고 했고 계좌번호를 보냈다. 사과 한 마디 없었다.

상담실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내가 어리석었다. 그동안 알아보고 고민해 온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이런 곳에서 수술 안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과연 내가 수술 전 확인을 하지 않았다면 실리콘으로 수술하지 않았을까? 수술 당일에 와서 얘기를 듣고 사실과 다르다고 화를 냈다면 환불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성형에 대해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다음에 병원에 가게 되면 꼼꼼하게 묻고 결정할 생각이다. 정확성을 위해 상담에 대한 녹취도 생각하고 있다.

소문난 맛집이어도 고객을 응대하는 태도가 엉망이면 다시는 가기 싫어진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소문난 명의가 있다고 해도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의 태도가 엉망이면 가기 싫어진다. 내 얼굴에 칼을 대는 곳이면 더욱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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