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무모증·빈모증을 가진 여성들을 비하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여성들이 겪고 있지만 민감한 문제인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는 어렵다. 이에 대한 고민을 대변하듯이 최근까지도 고속도로 휴게소, 지하철역 여자화장실 안에는 ‘무모증 고민 날려드립니다’라는 다소 민망한 문구의 스티커 광고가 붙어있기도 했다.

이와는 달리 일반 여성들은 자꾸 자라나는 털에 신경이 쓰인다. 특히 날씨가 따뜻해지면 옷차림이 짧아지면서 털을 제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면도기 또는 제모기기를 사용하거나 제모크림을 바르고 테이프로 떼어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왁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TV에서 왁싱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가 늘었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직업여성이나 성적으로 모험심이 강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대놓고 ‘왁싱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은 레이스 속옷이나 비키니 등을 입기 위해 미리 챙기기도 한다.

왁싱은 따뜻하게 데운 천연 왁스를 제모하려는 부위에 바른 뒤 스트립을 붙여 굳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한번에 떼어내는 방식이다. 정기적으로 받으면 모근이 제거되고 체모가 기존보다 가늘어져 깔끔함을 유지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브라질리언왁싱, 겨드랑이왁싱, 부분왁싱 등을, 남성은 팔·다리왁싱, 페이스왁싱 등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중 ‘비키니 왁싱’이라고 불리는 브라질리언 왁싱은 미용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음모가 난 면적이 넓거나 밀도가 높은 경우 쉽게 생리혈이나 분비물이 체모에 묻으면서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게 된다. 음모를 제거하면 생리 시 관리가 수월해지고 평소에도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위생상 이유로 제모를 선택하는 여성도 있다.

질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음모의 숱이 많을 경우 중요 부위가 습해져 질염을 유발할 수 있다. 생리가 시작되면 습한 상태가 심해져 증상이 더 악화되기 마련이다.

용기를 내 왁싱을 받았다면 관리도 중요하다. 체모가 나는 것을 지연시켜주는 제품도 있어 이를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우선 왁싱 후에는 놀란 피부를 진정시켜야 한다. 2~3일 이후부터 얼굴용 스크럽제를 이용해 시술받은 부위의 각질을 제거한다. 민감한 부위이기 때문에 알갱이가 작은 것을 고른다. 피부에 각질이 쌓이면 체모가 피부 속에 갇히는 ‘매몰모’가 생겨 염증이 유발될 수 있어 미리 관리해야 한다.

털을 뽑아내는 고통이 두려운 사람은 ‘레이저 제모’라는 대안이 있다. 레이저 제모는 레이저가 털의 멜라닌색소에 흡수되면서 빛이 열에너지로 변해 털을 파괴시키는 원리를 이용해 자극 없이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 평균 5회 시술로 체모의 80~90%가 영구적으로 제거된다. 선택적으로 모낭을 파괴하고 모공수축 효과도 있어 피부가 늘어지거나 착색되지 않는다.

브라질리언 제모를 받았다면 시술 후 1주일 동안은 수영장이나 목욕탕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강한 소독약이나 타이트한 수영복이 시술 부위를 자극할 수 있다. 타이트한 속옷이나 복장도 물리적 자극을 가하므로 착용을 피하는 게 좋다.

전문적인 관리를 받고 싶지만 부끄러움 때문에 집에서 면도기나 족집게를 이용해 스스로 체모를 정리하는 여성이 많다. 하지만 셀프제모는 피부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주기 때문에 모낭염이나 피부착색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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