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기업 공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학벌·토익점수 등 스펙에 치우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면서 면접에서의 ‘한방’을 노리는 취업준비생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블라인드 채용 때문에 성형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내용도 대부분 비슷하다. 블라인드 채용이 성형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성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블라인드 채용이 시행되기 이전에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23년 전인 1994년에도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성형수술이 인기라는 보도가 있었다.

솔직하게 생각해보자. 한국은 유난히 ‘아름다운 외모’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자고 일어나면 너도 나도 예뻐져 있고, 사회에서도 ‘외모가 최고’라고 하니 뒤처지지 않고 싶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취업성형은 한심하게 바라보면서도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는 흔히 ‘용모단정’이란 말로 ‘예쁜 외모’를 요구한다. ‘단정하지 못한 용모’는 불이익을 받는다.

과거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사담당자가 면접에서 첫인상을 고려하는 비율은 무려 86%에 달했다. 성형을 받는 취업준비생보다 면접관의 인식부터 바꿔야 할 일이 아닐까.

취업준비생들은 사회가 만든 ‘미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시술을, 다이어트를, 취업성형을 결심한다. 비난받거나 차별받지 않기 위해 미의 기준에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2017년 취업성형의 대세는 ‘자연스럽게, 좋은 인상’을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취업성형은 회복시간이 필요한 전형적인 성형수술이 아닌 쁘띠성형이다. 입꼬리필러, 사각턱 보톡스·윤곽주사 등이 해당된다. 얼굴을 갈아엎는 것도 아니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경쟁에서 살아남고 싶은 사람들의 ‘처절한 선택’인 만큼 제3자가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재미있는 것은 외모에 ‘홀려’ 채용한 면접관 중에는 함정에 빠져 후회한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채용 후에는 면접 때의 인상과 전혀 다른 신입사원이 많다는 것이다. 하소연하고 싶어도 결국 자신의 ‘사람 보는 눈’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만 증명하는 꼴이어서 속앓이를 할 뿐이다.
저작권자 © 닥터생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