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A씨(32)는 ‘내집 드나들듯이’ 병원을 찾는다. 점심시간에는 직장 근처 비만클리닉을 방문해 지방분해주사를 맞고 퇴근 후에는 핫요가로 체력을 키운다. 일주일에 한 번씩 피부과에서 레이저토닝을 받고 물광주사는 1주일마다, 턱보톡스는 6개월마다 맞는다. 피로를 풀기 위해 에스테틱에서 등관리도 주기적으로 받는다. A씨가 미용관리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은 한달에 70만원 정도다.

피부관리, 헬스클럽, 성형수술 등을 포함한 국내 뷰티산업의 연간 시장 규모는 10조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매년 10%씩 성장하는 추세다. 불황이 와도 우리나라에서 미용사업과 교육사업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한 가지 질환을 가지고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는 ‘병원쇼핑’, ‘닥터쇼핑’이 미용성형 분야에도 확산되고 있다. 부위별로 시술 명의를 찾아 아름다운 외모를 가꾸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이 늘었다. 마치 백화점에서 원하는 물건을 골라 담듯 성형도 쇼핑하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주로 30대 초중반의 전문직 여성을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다. 평균보다 높은 수입,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어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특히 ‘비혼’을 택하는 골드미스가 늘며 이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그러나 살림이 넉넉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미용에 지나치게 투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안티에이징 산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지출 여력이 ‘빡빡하다’는 응답이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젊음을 유지하거나 아름다워 보이기 위한 지출은 오히려 늘어났다. 응답자의 54.2%는 젊어지기 위해 미백이나 주름개선을 위한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 시술을 받은 경우도 16.4%에 달했다.

‘살림은 어려워도 젊게 살기 위한 지출은 아끼지 않겠다’는 소비자도 전체의 29%에 달했다. 즉 살림보다 외모에 투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의 외모지상주의는 점점 극에 달하고 있다. 나이 드는 것을 무서워하고 젊은 사람도 남들보다 예뻐야 안심한다.

아름다움은 과거에 자신과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매기는 ‘주관적 가치’의 비중이 꽤 높았지만 최근에는 ‘미의 다양성’이 점차 사라지고 획일적인 ‘객관적 척도’에 의해 평가되는 흐름이 역력하다. 모두가 비슷한 분위기로 예뻐지고 싶어 하고 획일화된 몸매를 꿈꾼다. 경제가 어렵다는 요즘에도 뷰티산업만은 승승장구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닥터생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